같은 "예약 문의 자동화"를 의뢰받아도 어떤 회사는 일주일 만에 돌아가고, 어떤 회사는 석 달이 지나도 제자리입니다. 차이는 AI 기술이 아니라 지금 업무가 어디에, 어떤 모양으로 기록돼 있는지에서 납니다.
AI는 기록된 것만 다룰 수 있습니다. 예약 가능 여부가 담당자의 머릿속에 있으면 AI는 그걸 알 방법이 없습니다. 그래서 AX를 시작하기 전에 확인할 것은 "어떤 AI를 쓸까"가 아니라 "우리 업무가 몇 단계에 있나"입니다.

업무 기록의 다섯 단계
| 단계 | 상태 | 흔한 모습 |
|---|---|---|
| 0단계 | 기록이 없다 | 주문 · 예약이 전화와 메신저로 오고, 처리 결과는 담당자가 기억한다 |
| 1단계 | 기록은 있지만 흩어져 있다 | 엑셀 파일이 담당자마다 따로 있고, 메신저 캡처로 확인한다 |
| 2단계 | 한곳에 모여 있다 | 관리자 화면이나 공유 시트 하나에 기록되고, 상태(대기 · 확정 · 취소)가 구분된다 |
| 3단계 | 규칙이 글로 있다 | 가격, 우선순위, 예외 처리 기준이 문서나 시스템 설정에 적혀 있다 |
| 4단계 | 재고 있다 | 처리 시간, 오류 건수, 재문의 건수를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|
단계는 회사 전체가 아니라 업무 하나 단위로 봅니다. 같은 회사라도 주문은 2단계, 환불은 0단계일 수 있습니다. AX의 첫 과제는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업무에서 고르는 게 빠릅니다.
12문항 자가진단
자동화하고 싶은 업무 하나를 정하고 답하세요. "예"이면 1점입니다.
기록
- 이 업무의 요청(문의 · 주문 · 서류)이 한 곳으로 들어온다.
- 요청마다 처리 결과가 남는다(누가, 언제, 어떻게 처리했는지).
- 지난달 이 업무가 몇 건이었는지 30분 안에 셀 수 있다.
데이터 연결
- 처리에 필요한 정보(재고, 빈 시간, 주문 상태)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.
- 그 정보가 엑셀이 아니라 시스템(관리자 화면, ERP, 예약 프로그램)에 있다.
- 그 시스템에서 다른 프로그램이 정보를 가져갈 방법(API, 내보내기)이 있다.
규칙
- 신입 직원에게 이 업무를 설명하는 문서나 안내가 있다.
- "이런 경우엔 이렇게 한다"는 예외 처리 기준이 정해져 있다.
- 가격 · 가능 여부 판단이 담당자마다 다르지 않다.
측정
- 이 업무 한 건에 걸리는 시간을 대략 알고 있다.
- 처리 실수가 나면 기록이 남는다.
- 고객이 같은 내용을 다시 묻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안다.
점수별 첫 과제
| 점수 | 지금 단계 | 첫 과제 | AI가 할 일 |
|---|---|---|---|
| 0~3점 | 0~1단계 | 요청을 한곳으로 모으고 처리 결과를 남기는 관리 화면 만들기 | 아직 없음. 기록이 쌓여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|
| 4~6점 | 2단계 | 조회형 문의 하나만 연결(주문 상태, 예약 확인) | 고객 질문을 받아 시스템에서 찾아 답하기 |
| 7~9점 | 3단계 | 사람이 확인한 뒤 확정하는 구조로 예약 · 서류 처리 연결 | 조건 정리, 후보 제안, 입력 칸 채우기 |
| 10~12점 | 4단계 | 검증된 유형부터 자동 확정 범위 넓히기 | 정해진 조건 안에서 확정까지 처리 |
0~3점이 나왔다고 AX를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. 첫 과제가 AI가 아니라 기록일 뿐입니다. 이 단계에서 AI부터 붙이면, AI가 참고할 정보가 없어 그럴듯하지만 틀린 답을 내놓습니다. 기록용 관리 화면을 먼저 만들고 한두 달 데이터를 모으면, 그 데이터가 다음 단계의 재료가 됩니다.
예시: 체험 예약 업체의 진단
주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(설명을 위한 예시입니다).
- 예약 문의는 인스타그램 DM과 카카오톡 채널로 들어온다 → 1번 아니오
- 확정된 예약은 공유 구글 시트에 적는다 → 2번 예, 3번 예
- 빈자리는 시트를 보고 담당자가 계산한다 → 4번 예, 5번 아니오, 6번 아니오
- 단체 할인, 우천 취소 기준이 대표 머릿속에 있다 → 7 · 8 · 9번 아니오
- 처리 시간이나 재문의는 따로 재지 않는다 → 10 · 11 · 12번 아니오
3점, 1단계입니다. 이 업체가 바로 "AI 예약 챗봇"을 붙이면 챗봇은 빈자리를 알 수 없습니다. 시트를 읽게 만들어도 단체 할인이나 우천 기준은 어디에도 없습니다.
이 업체의 순서는 이렇게 잡습니다.
- 시트 대신 예약 관리 화면을 만들고 회차별 정원과 예약 인원을 기록한다(4 · 5 · 6번 해결).
- 대표가 답하던 예외 기준을 한 페이지로 적는다(7 · 8 · 9번 해결).
- 한 달 동안 문의 건수와 처리 시간을 적는다(10 · 11 · 12번 해결).
- 그다음에 "이번 주 토요일 4명 가능해요?"에 빈자리를 찾아 답하는 기능부터 붙인다.
1~3번은 AI가 아니라 일반적인 개발과 정리 작업입니다. 그런데 이 단계를 거치면 4번의 AI 기능은 며칠이면 붙고, 붙인 뒤에 맞는지 확인할 기준도 생깁니다.
진단 결과를 들고 업체에 문의할 때
진단 결과는 그대로 견적 자료가 됩니다. 업체에 보낼 때는 다음을 같이 적어 주세요.
- 진단한 업무 이름과 점수, "아니오"가 나온 문항 번호
- 이 업무가 한 달에 몇 건인지(대략이라도)
- 지금 쓰는 시스템 이름(관리자 화면, 예약 프로그램, 쇼핑몰 솔루션)
"아니오"가 나온 문항이 곧 개발 범위입니다. 업체가 같은 정보를 보고 견적을 내면, 업체마다 다른 가정으로 견적이 크게 벌어지는 일이 줄어듭니다. 견적 요청서를 쓰는 방법은 AI 도입 견적 요청서 한 장으로 쓰기에 따로 정리했습니다.
